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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na Gomez - Lose You To Love Me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영상에 셀레나 고메즈의 'Lose You To Love Me' 해석에 대한 영상이 있어서 보았다가 불현듯 내 과거를 떠올렸다. 나의 지난 연애 기간과 고메즈의 그 시기가 비슷했으니. 그사람과 나도 11년 여름에 갑자기 불 타올랐고, 작년 10월에 헤어졌다. 그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나는 못벗어나는 중... 7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던 것 같다. 나조차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어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I put you first and you adored it.

 그가 원할 때에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내가 그를 필요로 할 때엔 그는 항상 없었다. 지난 수험기간 동안 그는 내가 힘들어 할 때에 나에게 그 어떤 위안도 주지 못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는 나의 아픔을 봐주지 않았다. 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는 못견뎌했다. 7년이라는 시간을 사귀면서 내가 그에게 힘들다고 털어놓았던 적은 아마 손가락 다섯개로 꼽히고 끝날 것이다. 수험을 같이 하던 가까운 사람들도, 연애의 초반부터 주욱 지켜봐온 나의 대학동기들도, 늘 내게 그랬다. 왜 힘든걸 그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냐고. 그런데 그땐 나보다 그를 앞에 뒀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아픈 구석을 보여주지 못했다. 직장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그의 이야기에, 인사이동 전후로 예민해지는 그의 모습에, 이직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의 시간에, 나는 늘 수험 스트레스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니 나는 내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그의 힘듦을 더 들어주려고 했다. 나는 그가 일찍이 어른이 됐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가 좀처럼 다른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까, 난 언제나 그의 편이라는 걸 매순간 증명하듯이 그의 모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우울증을 겪는 동안 그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많이 노력했다. 일주일 중 여섯 밤을 울었다면 그를 만나는 그 하루동안은 더 밝게 웃었고 더 기빠했다. 그러나 우리의 헤어짐에 원인이 된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내가 속상하다는 토로를 갑작스레 터뜨렸고, 결국 그것이 그와 나를 이별로 이끌었다. 나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다섯번째 손가락을 접었을 뿐인데... 그는 나의 숱한 이야기에 좋은 경청자였으나, 먼 길을 떠나기에 함께 하기에 좋은 파트너는 아니었을 뿐이었다.

 

 

I saw the signs and I ignored it.

 그와 만나면서부터 주변으로부터 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연애를 알고 있던 선배가 내가 그를 만나면서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이야기를 무시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와 나의 연애가 좀 더 안정적이 되면, 그때에는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니까. 근데, 7년의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나로서 있었던 때가 있던걸까. 그는 그의 방식대로 연애를 끌고 갔고, 나는 그것을 좇는 동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는 'equality'에 대해 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 나와 그의 연애에서는 이퀄리티란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파트너십과 내가 생각하는 파트너십은 애초에 맞지 않았다.

 

 

We'd always go into it blindly.

 이별하고 세 달 쯤 지났나. 아마 그때부터 그와 나는 뻔한 시간을 건넜을 뿐인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뻔해보였지만, 설명할 수 있는 마음이 숱한 시간을 맹목적으로 붙들고 있었을지 모른단 그런 생각.

 

 

I needed to lose you to find me. This dancing was killing me softly. I needed to hate you to love me.

 이별 직후에는, 아니 그 이후로도 일 년이라는 시간을 채워가는 동안, 나는 이별의 원인을 내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가 부족했다고. 그때 내가 울면서 힘들다고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 그와 나는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나의 아픔보다 그의 아픔을 더 생각했다. 그가 더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들었고, 이별을 말하기 전 한 달 동안 그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진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를 주의깊게 관찰했고, 7년이란 시간은 그의 행동을 읽어내기엔 꽤 충분했으니까. 그러다가 지난 달에 어느 분이 그러더라. 이별이 왜 나의 탓이냐고.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일방의 문제가 아니라고. 납득할 만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문제를 극복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는 극복하는 것을 어렵다고 판단하여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나는 함께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그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침묵하고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혼자 생각했고 혼자 결정을 내리고 혼자 정리를 한 후에, 내가 예상도 못하고 즐거워하던 그 때에 이별이란 카드를 꺼냈으니까 그 이별은 부디 내 탓만은 아닐거라고. 오히려 잘 헤어진거라고. 함께 먼 길을 갈 사람은 아니었다고. 그럼에도 나는 그 생각 끝에 결국은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아직 그의 그림자를 떨쳐내려면 내게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